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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앞으로 미래가 막막해요.. 지금까지 딱히 진로에 대해 깊게 고민해본 적이 없어요.좋아하는 것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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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앞으로 미래가 막막해요.. 지금까지 딱히 진로에 대해 깊게 고민해본 적이 없어요.좋아하는 것도 있고

지금까지 딱히 진로에 대해 깊게 고민해본 적이 없어요.좋아하는 것도 있고 이걸 진로로 삼는다면 그냥행복할 것 같아서 고3인 지금까지 쭉..좋아한다는 것만 믿으면서 인생을 대충산 것 같아요솔직히 말하면 살면서 힘들만큼 다른사람처럼진지하게 임해본 적이 없어요 매사에 대충이었고..근데 막상 고3이 되니까 현실에 직시하게 됬습니다.내신은 4점 후반대고...생기부도 그렇게 풍부하지 않아요정시를 할 용기도 없고 이와중에 제 진로에는 비전이 없고요그냥.. 막막해요고3 초반에는 어떻게든 수시를 살려보려고 노력했는데 ... 아무런 베이스없는 공부가 갑자기 될리 없었죠.... 초반에 했던 공부도 하루에 2시간.. 일주일에 한번씩 스카가서 밤샘공부했던게 전부 ..이제 곧 성인인데 대학교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가더라도 제가 갖고 싶은 직업에 미래가 없을 것 같고딱히 재능 있다라는 소리를 들어보진 못한 것 같아요.제 진로가 동물 쪽에서도 앵무새를 좋아하는데그냥 미래가 안보여요. 고생하게 될 일들만 보입니다지금이라도 꿈을 접고 행정학과를 진학해서 다른사람들처럼 회사를 다니는걸 목표해야할까요?근데 그것조차 다른 애들보다 후달려서 몇배는 노력해야할텐데 그럴 각오조차 없습니다...그냥 모든걸 되돌리고 싶어요.차라리 취미였던 미술이나 베이킹을 진로로 잡았더라면중1.. 아니 고1부터라도 공부를 했었다면좀 더 나았을 텐데같은 생각만 듭니다..요즘에 너무 우울하고 내가 이 사회에 있을 가치가 있나?부모님이 나에게 쓴 돈, 감정 이런걸망해버린 주식조각처럼 내가 날려버리는 건가이런 생각도 듭니다.심지어 고교학점제도 제 진로에는 화학을 수강하는게 좋은데당시에 잘 찾아보지도 않고 그냥 배우고싶은 학문 선택했어요... 너무 우울하고 후회스럽습니다.제가 사회성이 떨어져서 타인보다 말도 잘 더듬고살갑게 다가갈 수도 없고 어떤 면에서도 평균이하 쓰레기에요.죽을 용기도 없는데 구구절절 늘어놓기만하니너무 한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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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한심하지 않습니다.

진심으로 글쓴이 분은 지금 너무 당연한 감정을 겪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었고, 제 친구들도, 주변 지인들도, 모두가 극도로 힘들어했던 시기가

청소년 때입니다.

왜냐하면, 글쓴이 분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와 주변 어른이 주는 압박감 때문입니다.

글쓴이 분은 지금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

지금 글쓴이 분은

“이게 맞는 걸까?” “나는 너무 늦은 걸까?”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어…” 같은 질문을 하시는데

그건 정상적인 혼란입니다.

그런 질문을 하고 있다는 건 글쓴이 분께

생각이 있고, 감정이 있고, 삶을 진지하게 바라보려는 마음이 있다는 뜻입니다.

대충 살아오셨다고 하셨는데.... 전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누구도 어릴 때부터 완벽하게 방향을 잡고, 준비된 상태로 사는 건 불가능합니다.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삶을 대충 사는 건 절대 아니에요.

저는 학창 시절에 8-9 등급을 받았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하고 싶었던 건 학교를 빠져서 따로 시간을 내 배웠습니다.

제 경우에는 제빵이었어요. 특성화를 못가서 일반고에서 했던 행동들입니다.

(이런 제가 무시무시해보이지 않길 바랍니다)

그리고

"내가 날려버린 건 아닐까…?”

이 생각이 너무 마음 아팠습니다.

하지만 글쓴이 분은 무언가를 아끼고,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글쓴이 분께 써준 시간과 감정,

그걸 기억하고 있다는 건 이미 그 마음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거고요.

그러니 결코 쓰레기가 아닙니다.

책임감 있는 사람이에요.

그 마음은 절대로 가벼운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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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상하게도, 어른이 된 후에 시작한 사람들이 더 단단하게 오래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앵무새에 관심이 있었다면, 그건 그냥 ‘좋아했던 것’이 아니라

이미 글쓴이 분의 일부가 되어 있는 관심사입니다.

그건 사라지지 않고

어떻게든 연결될 것 입니다.

동물을 다루는 직업은 비전이 없는 게 아니라, 접근법이 여러 갈래일 뿐입니다.

직접 만지는 일, 기록하는 일, 교육하는 일, 정책을 만드는 일, 보호소나 NGO 활동…

본인의 관심과 성향에 따라 갈래가 갈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은 그 갈래가 안 보일 뿐이지, 없는게 아닙니다.

그리고 정말 힘들 땐,

회피하지 말고 우회하셔도 됩니다.

제가 굳이 학교를 빠지고, 제빵 학원에 다닌 것처럼...

회사는 누구나 다 가는 길이 아니고,

행정학과도, 베이킹도, 미술도, 아무 길도 ‘망한 선택’은 결코 아닙니다.

제 친구는 10년 간 음악을 하다가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행사 사업에 4년 차 매니저가 되었고

본인은 그 어느때보다 행복해합니다.

한 친구는 유명한 대학에 갔으나, 돌연 모든 걸 포기하고 연고도 없는 해외로 나가

전공과 상관없는 타일러가 되어 이민 수속을 밟고 있습니다.

한 친구는 미술을 전공했다가, 사람들과 연결 되고 돕는게 좋아 상담사로 일하고 있어요.

그 누구도 한국 사회가 선호하는 직장들은 아니지만

모두 소중한 제 친구들이고, 앞가림도 잘하는 멋진 어른들이 되었습니다.

반드시 글쓴이 분도 그렇게 될 거에요.

그리고 제가 그런 것처럼 직장에서 만난 손님과 친해져 학창시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고요.

그러니 자책하기보다 조금만 마음을 돌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선택한 것에 후회하지 않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마음 먹으시길 바랍니다.